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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配慮)

by 러송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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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6살 때였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아버지는 글이 쓰고 싶으셨는지 저녁을 먹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 상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책상이 없었던 아버지는 밥상을 책상으로 쓰셨습니다. 어머니는 행주로 밥상을 잘 닦아서 갖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책상에 원고지를 갖다 놓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나에게 세살 된 여동생을 어머니 등에 업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불같은 포대기를 덮고 "내 옆집에 가서 놀다 올께..." 하고 나가셨습니다.

나는 글 쓰는 아버지 등 뒤에 붙어 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잤는지 알 수 없었는데 누가 나를 깨워서 눈을 떠보니까 아버지였습니다.
"통금시간이 다 되어도 어머니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나가서 어머니를 좀 찾아 오너라."

나는 자던 눈을 손으로 비비며 털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는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였고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집 저집 어머니를 찾아 다녔지만 찾지를 못했습니다. 지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오려다가 갑자기 어머니와 제일 친한 아주머니가 아랫 동네에 살고 계신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 한 번 더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전봇대가 있고 그 전봇대 옆에 나보다 더 큰 눈사람이 있었습니다.

배려
배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눈사람 곁을 스쳐 지나가는데 뒤에서 누가 "동규야..." 하고 불렀습니다. 보니까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머리에 쓰고 있던 보자기를 들추면서 "너 어디가니?"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볼멘소리로 "어머니를 찾아오라고 해서 아랫동네 아줌마 집에 가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내 귀에다 입을 대고 물었습니다.
"네 아버지, 글 다 썼니?"

나는 고개만 까딱했습니다. 어머니는 내 등을 밀어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 사건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삽니다. 세월이 갈수록 내 머리속엔 몇 시간씩이나 눈 구덩이에 서서 눈을 맞으며 세 살 된 딸을 업고 계시던 어머니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 살 된 내 여동생이 아버지가 시를 쓸 때 울어서 방해가 될까봐 그렇게 어머니는 밖으로 나와서 내리는 눈을 맞고 서 계셨던 것입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다닐 즈음에 조금 철이 들어서 어머니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 그때 얼마나 힘들었어? 돈도 많이 벌어오지도 못하고... 그런데 어머니는 뭐가 좋아서 밖에 나가서 일도 하고 힘들게 고생하면서 밤에 애를 업고 밖에 나가 있었어?"

나는 어머니가 우리집 생계를 이끌고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물어본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웃으면서 "그래도 니 아버지는 밤에 그렇게 시를 다 쓰고 나면 발표하기 전에 제일 먼저 나보고 읽어보라고 해!"하고 웃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살아가며 힘든 일을 겪어가면서도 시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새로 지은 詩 한 편을 읽어보라!"하신 아버지의 배려의 힘이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런 각별한 배려를 통해서 입니다...

 


-박목월 시인 아들 박동규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어느 날 고흐가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물건을 포장하는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가슴에는 포장용 천으로 사용했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는데 바로 천에 새겨진 글자에 고흐의 눈이 머물렀습니다.
"Breakable(잘깨짐)"

그 문구를 보며 고흐는 자신의 무릎을 쳤습니다.
"아하! 사람은 깨지기 쉬운 존재로구나!"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앞을 지나쳐 멀어져가는 뒷 모습을 다시 보았는데, 그의 등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Be Careful(취급주의)"

고흐는 등에 새겨진 글을 보고 또 다시 무릎을 쳤습니다.
"맞아! 사람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거야..."

우리 주변의 물건 중에서 잘 깨지는 것은 유리병입니다. 그러나 이 유리병보다도 더 쉽게 깨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깨지고, 서운한 말 한마디에 보통 사람의 마음은 무너져 내립니다. 그리고 그 상처 입은 마음은 깨진 유리조각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인간관계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쩌다가 연결될 때 형성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연약하기 때문에 유리병처럼 쉽게 깨지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특별히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한 순간에 관계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깨지지 않는 인간관계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관계는 특별하게 관리될 때만 유지되고 지속됩니다.

아름다운 관계는 관심과 배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부드러운 관계는 부드러운 미소가 오갈 때 만들어집니다. 좋은 관계는 좋은 것들을 투자할 때 형성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깨지고, 한번 깨진 인간관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변치않고 지속되는 인간관계는 특별한 조건에서 숙성되어 특별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정말 소중한 "값진 열매"입니다!

-좋은글 중에서-

♡배려에는 믿음이 따르지요!

🎶 https://youtu.be/KT44aQ_10XM?si=o2ptX8UduijdtR9I

 

아래의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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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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