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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좋은글

봄(春)은 봄(見)이다

by 러송 202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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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논둑길을 따라 파릇하게 돋아나는 냉이,
그늘에 남은 얼음장 아래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
할아버지의 나른한 기지개,
울타리에 번져가는 노오란 개나리.

어른들은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봄은 봄인 게야.”
어린 나는 그 말을 단순히 계절의 확인 쯤으로 들었다.
“봄이 오기는 왔구먼.” “봄빛이 완연하구나.”
그저 날씨와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봄은 봄이다
봄은 봄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그 말 속에 겹겹이 숨어 있는 우리말의 깊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봄(春)은 단지 계절이 아니라, ‘봄(見)’보는 일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우리말 ‘본다’는 참으로 다중적이다.
눈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장을 본다.
아이를 본다.
시험을 본다.
선을 본다.
책을 본다.
사람을 본다.
때를 본다.
같은 ‘본다’이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저마다 다르다.
이처럼 ‘본다’는 것은 단순한 시각(視覺)이 아니라
살피고, 돌보고, 준비하고, 선택하는 전 존재의 행위다.

 


□ 봄은 살피는 계절

입춘(立春)에서 우수, 경칩, 춘분, 청명, 한식을 지나 곡우까지, 과거 농경사회에서 이 시기는 단순히 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라, 씨를 고르고 땅을 일구고 때를 살피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사실 기온이 가장 낮을 때가 입춘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그날부터 동풍이 북풍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방향은 이미 바뀌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날을 봄의 문턱이라 불렀다.
우수에는 눈과 얼음이 녹고, 경칩에는 겨울잠 자던 벌레가 깨어나며, 춘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청명은 하늘이 맑고, 한식은 찬밥을 먹으며 불을 삼가던 날이었고, 곡우에는 곡식을 자라게 하는 비가 내린다.

이 모든 절기는 자연을 ‘보는’ 지혜였다.
농부는 하늘을 보고, 바람을 보고, 흙빛을 보고 씨를 뿌렸다.
보지 못하면 심을 수 없고, 살피지 않으면 거둘 수 없었다.

 


□ 싹을 보는 눈

봄에는 싹이 오른다.
그러나 그 싹이 노랗게 시들면 사람들은 말한다.
“싹이 노랗다.”
아무리 거름을 주고 물을 주어도 소용없다는 체념의 말이다.
싹은 파랗게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여름의 푸름을 약속하고, 가을의 결실을 예고한다.
봄에 싹을 보지 못하면 여름의 열매도, 가을의 수확도, 겨울의 쉼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봄은 보는 계절이다. 눈을 뜨고, 마음을 열고, 가능성을 살피는 시간이다.

 


□ 오늘,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봄이 와서 세상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사람을 보라.
미래를 보라.
공동체의 작은 움직임을 보라.

우리 삶의 자리도 지금은 작은 싹을 틔우는 봄이다.
파아란 싹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돌보는 손길이 있어야 한다.

 


□ 봄(春)은 봄(見)이다.

그저 계절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다. 가을에 거둘 열매를 생각하며
오늘의 싹을 유심히 바라보자.
보고, 살피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계절은 열매로 응답한다.

-좋은글 중에서-

♡봄은 살아있어요!

🎶 https://youtu.be/wjgJh0Nwbt4?si=l4-P-pu2ILo-hzUW

 

아래의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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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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